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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사고(思考)와 문화산책

by .^^.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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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미술학원 다니기 시작했어”

“응? 니가? 갑자기 왜? 원래 미술에 관심 있었나?”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세 달이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미술 학원 다닌다고 하면 종종 나오는 반응들(조금 순화했다)이다.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다행히, 그림을 그리며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미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미술학원. 사실 귀찮다. 퇴근하고 목적지인 (인사동에 있는) 미술 학원을 향해 걸어가면서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한다. 그리고 학원에서 처음 한 시간 정도는(한 번에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그림을 그린다) 선을 그어도 내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자꾸 비뚤어지고 제대로 되지가 않는다. 특히, 뒤에서 선생님이 내 그림을 보고 가만히 계실 때가 최고로 마음이 뒤숭숭할 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집중이 되고 내가 그은 선들이 세세하게 보이기 시작하며, 전체적인 그림의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디를 어떻게 긋고 더 칠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 한 시간은 거의 ‘고통의 시간’이고 나머지 한 시간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1분이라도 더 붙잡고 늘리고 싶은 ‘아쉬운 시간’이 된다.

 

[기쁨과 만족에 대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어 갈 때 나는 기쁘다. 비록,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도 아니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이 무언가를 완성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흐뭇하다. 왜냐하면, 그 그림은 내 손으로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나의 작품이고 나는 이것에 만족하기에. 물론, 더 나은 작품을 위한 열정과 욕심이 있다면(또는 더 잘 할 수 있다면) 만족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으나, 그럴지라도, 일단은 현 작품에 만족하고 더 나은 작품을 위한 욕심과 열정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보여주고 싶음에 대한…]

 

  하나, 두 개 그림을 완성해 가면서, 조금씩 내가 그린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4번째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그 때까지 그린 그림들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내가 그린 작품들(?)을 보여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랄까?(좋은 평가만…) 하여간, 내가 만든 또는 나와 연결되어 있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좋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결국 이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는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사람이 완전 100% 악의 덩어리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게 지나치면 병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이 나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변화가 나의 상태에 긍정적이고 건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짧게나마, 미술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평생 무언가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기회가 있는 학생이다. 일차적으로 경험 그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다. 그리고 나아가 그 배움에 대한 사고를 통해 또 다른 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두 가지 배움의 과정을 문화산책이라고 (억지로라도) 말하고 싶다. 특히, 두 번째 배움의 경우, 그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달려 있다. 그러나, 여기에 큰 걸림돌이 있다.

우리는 너무나 바쁘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무언가로부터 쫓기고 무언가를 위해 쫓아가는 ‘아무도 붙잡지 않는 도망자’이자 ‘제자리를 뛰고 있는 추적자’이다. 그래서 원인도 모른 채, 항상 피곤하고 지쳐있다. 무엇보다도, 이 바쁨은 결과적으로 생각의 부재를 낳았고, 우리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그냥 하고 있지,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다행히 희망적이게도, 사고는 훈련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연습해보자. 내가 조금 전까지 읽은 내용이 무엇인지 또는 이번 주에 들은 말씀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일상에서도 한 번씩 연습해보자(물론, 그 전에 연습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해내야 되지만)

‘내가 왜 여기서 이것을 하고 있고 이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생각 자체가 배움이고 문화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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